쾅-, 하고 아파트의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누군가가 이 아파트를 떠난 것이다. 몇 시쯤 되었을까 고민하는데 뒷마당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려 온다. 맞은 편에 사는 아저씨가 또, 테라스에서 쓰레기봉투를 던졌나 보다. 곧 청소차가 달달 거리며 나타나 그것을 수거해 갈 것이다. 언제나처럼.
어젯밤 문 앞에 있던 작은 캐리어가 사라진 걸 보니 요니나가 출장을 떠난 것 같다. 욘은 출근하기 전에 빵을 먹었는지 식탁 위에 부스러기가 남아 있다. 나는 며칠 전에 사둔 블루베리 맛 요거트에 뮤즐리를 붓는다. 역시 바닐라 맛이 나았을까. 식탁에 앉으며 흘깃 바라본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아무래도 비옷을 사야겠어’ 그런 생각이 들자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빈 그릇을 씻기 위해 뜨거운 물을 틀자 스믈스믈 유황냄새가 난다.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던 이 냄새도, 목이 마를 때마다 컵을 들고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찬물을 받아 마시는 것도, 활짝 열리지 않는 창문도, 아파트 지하에서 빨래를 하는 일도,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담는 일도, 이제는 당연해진 일상.
벽에 기대 앉아 요한 요한슨의 코펜하겐 드림을 들으며, 창문을 닫아도 새어 드는 바람에 어젯밤 마시다만 티백이 흔들 거리는 것을 바라본다. 건너편 집의 레이스 커튼도 흔들리고, 나는 웃으며 ‘아, 역시 집이 좋아’하고, 무심코 생각한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호수가에 있는 작은 방을 나는 어느새 이곳을 집이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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