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13

코펜하겐 수국 파티

조촐한 ‘코펜하겐 수국 파티’에 초대 받았다. 고기리에 있는 쏭네 집에서 요리를 하고, 그것들을 가지고 근처 산 속에 있는 우리들의 모교에 올라가 맛있게 헤치우는. 그리고 해질 무렵 다시 집으로 돌아와 MEW의 LIVE IN COPENHAGEN 영상을 보는. 그리고 그 날의 기념으로 마당에 핀 수국을 몇가지 꺾어 갖는. 그런 파티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팔라펠을 만들고, 팔라펠이 구워지는 동안 집에 있는 감자와 양파, 당근, 브로콜리, 토마토를 다진이가 베를린의 동네 슈퍼에서 사다준 천가방에 넣었다. 쏭은 맛있는 빵을 사러 시내로 나왔다가, 버스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등교하던 때처럼 이제는 14번 버스가 된 3번 버스를 타고서 고기리로 향했다. 나는 일주일 동안 나를 괴롭히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해 내내 떠들었다. 커다란 창문과 작은 창문 너머로 정원이 보이는 부엌에서 쏭은 양상추를 씻고, 오이를 썰고, 토마토를 잘라 샐러드를 만들었고, 나는 가져온 채소들을 버터에 볶아 카레를 끓였다. 팔라펠, 카레, 샐러드, 바게트 빵과 올리브 빵, 아몬드. 그것들을 유리그릇에 나누어 담고, 다시 각자의 천가방에 넣었다. 두 가지의 티백과 물이 든 텀블러도 챙겼다. 해가 지고 있었고, 하교하는 아이들이 우리를 지나쳤고, 운동장에는 몇몇 아이들이 남아 축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들이 타이타닉이라고 부르는 전망대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풀어 놓고 기념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먹어 치웠다. 그동안 축구를 하던 아이들은 사물놀이를 하는 아이들로 바뀌어 있었다. 네 개의 타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익숙한, 그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하나의 텀블러에 시트러스 민트 차를 띄웠다.

“좋아하는 애가 집에 돌아갔는지 맨날 확인 하고는 했어.”“신발장에 그 슬리퍼가 있는지 없는지.”, “저 옥상에서 토성을 봤었지.”, “같이 주문한 커피가 다른 속도로 줄어가는 걸 보는게 좋아.” 사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줄지어 학교를 한바퀴 돌기 시작하면, 언제 모두가 떠났냐는 듯 다시금 우리들의 축제가 시작될 것 같았다. 우리는 지하 무대 한 켠에 서서 좋아하는 애를 눈으로 쫓으며, 우연히 가까히 서게 되기를 바라겠지.

해가 지고, 완전히 어둑해졌을 때에야 우리는 산을 내려왔다. 쏭이 나를 2층에 있는 서재에서 불렀고, 나는 들어서자마자 웃음을 터트렸고, 쏭이 포도주를 하나 땄고, 우리는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MEW의 LIVE IN COPENHAGEN 영상을 봤다. 그 후에 우리는 정원으로 나갔고, 마음껏 가져가도 된다며 쏭이 휴대전화 불빛으로 수국을 비춰줬고, 나는 가장 온전한 수국 두가지를 꺾었는데 그 순간 희고 작은 꽃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며 언젠가 보았던 토성을 생각했다. 그 커다랗고, 무겁고, 먼 토성이, 작은 망원 렌즈 안에 맺혀있었다. 그것은 우주 그 자체처럼 느껴져서 손을 뻗으면 꼬리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 했던 아이들이 차례로, 잠시 몸을 숙여 렌즈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떤 의식처럼 느껴졌다. 개구리가 우는 마지막 봄이었고,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었고, 두번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늦은 밤이라 버스는 빠르게 달렸다. 그런 날이었다.

 MEW 참 좋아하는데요. 참 오래 좋아했는데도 파악 안되는 밴드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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