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드디어 비가 내려, 가만 앉아만 있어도 선한 바람이 불었다.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며 조엘과 함께 전광수 커피에 갔다. 비도 오는데 안티구아를 마실까 하다가, 계절 블랜드라는 것이 재미있어 '겨울'을 마셔볼까 하다가, 괜히 '여름'을 주문했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는데, 내가 마신 커피는 너무 여름이었다.
요즘은 고양이가 세 마리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어제는 퇴근하려는 찰나 한 놈이 침대 밑으로 들어가서 밖으로 유인해내느라 애먹었다. 그 외에는 배게 만드는 일을 잠시 접고 요거트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폭발하는 별을 만들고 있다. 요즘은 두유를 많이 마신다. 아까 서점에서 감각의 논리를 샀다. 런던에서의 일정이 하루 더 늘었다. 조엘은 런던에서 할로윈을 지내게 되었다며 셜록과 존 왓슨으로 분장하자고 했다. 누가 셜록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나는 런던에 하루만 머물기에는 윌리엄네 집이 정말 좋다고 했고, 그럼 더 많은 홍차를 마시고 더 많은 테이트를 볼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 얼마 전에 독일에서 주문한 가방과 포스터가 도착했다. 바슬 거리는 천가방에 기분도 한껏 여름. 요시모토 바나나는 넣어두고, 유디트 헤르만을 읽고 있다. 요니나가 요나스에게 반하는 부분을 좋아한다. 아이슬란드 같은 곳에서 모든 것이 푸르게 빛나는데, 그때 마주친 눈동자에게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장마철 밤바람에 달달 거리는 고물 선풍기를 틀어 놓고서, 어느새 다시 길어진 머리카락이 팔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푸른새벽을 듣고 있자니 내가 열 일곱이 된 것 같아. 이대로 잠에 들었다가 눈을 뜨면 학교에 갈 것 같다. 교실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으면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 곳에 있을 것 같다. 그럼 나는 눈을 감고서 생각하겠지. 아, 오늘도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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