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일어나니까 여러가지 문자가 와있었는데, 하나는 암스타르담에 있는 보연언니에게서 온 '오늘 암스테르담에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공연이 있었데. 거리에서 베게싸움도 했데' 라는 문자였다. 암스테르담에는 부활절이면 온 거리에서 베게싸움을 한단다. "귀엽네요", "귀엽지 온 도시에 닭털이"
2. 꿈에서 깨면 서늘한 침대 위에 혼자, 집은 적막하고 무기력하다. 시간은 졸업여행에서 멈추었어야 했다. 창밖에는 계속해서 눈이 내리는 겨울이 지속되겠지만, 심심찮게 들려오는 '안녕', '잘 지내' 하는 말들에 어느 때보다 따듯하겠지.
3. 어제 잠이 안와서 또 삽질하다가, 전시 준비 때문에 잠든지 3시간만에 일어나야 했다. 20호를 완성하고 액자를 맞추러 야탑에 갔다. 야탑 사거리를 걷는데 마음이 쎄하다. 싼 가격에 적당히 맡기고 다시 역으로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서 크랜베리 치킨 샌드위치를 샀다. 모란역에서 수원으로 가는 좌석버스를 탔다. 버스 맨 뒷자리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목도리에 얼굴을 묻으니 그 속에 묻혀있던 머리카락에서 샴푸냄새가 났다. 오후 한시무렵, 왼편의 창가자리는 햇볕이 부시다. 자외선 크림을 믿고 맘껏 즐기니 봄날이다. 버스정류장을 놓쳐 걷는 길에서 재미있는 골목을 마주쳤다. 작은 언덕길이었는데, 집집마다 하숙 간판을 내건 주택가이기도 했다. 정사각형의 작은 간판이 재미있었다. 전시실에 도착해 자리를 맡았다. 엽서의 샘플을 보았는데 원본보다 나아보여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액자를 찾았다. 한계를 느끼던 차에 액자집 아저씨가 초콜렛을 주셨다. '약보다는 사탕'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모자를 사러 자라에 들렀는데,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어 사지 않았다. 모자 대신 호떡이나 먹어야지 했는데 호떡장수가 나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무작정 플레이어를 틀었다. Low의 음반이 들어있었는지 노이즈가 들린다. 나를 찔러줄 시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보니 몰딩에서 '저렴함'의 냄새가 난다.
4. 한번쯤 캐쉬백 같은 걸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정인이가 "고소당할걸" 이라고 했다.
5. 어제 해리를 만나러 가던 길에 호경이에게 연락이 왔다. 연락도 안 하냐는 말에 너도 안 했잖아라고 받아치려다 말았다. 결국 이렇게 연락해 왔으니까. '다들 가네, 조심히 다녀와'라고 말하는 해리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국이 블랙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움에게 무덤이 있다면 그곳이겠지.
6. 26번 버스였고, 학교에 가는 중이었다. 구미도서관을 지나고 있었고 다음 정거장이 하얀마을이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600일, 아니면 800일 즈음의 트윗까지 갔을 무렵, 온 도시가 불타고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버스가 충돌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사거리를 바라보다 문득 매순간 세상에게 실연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7. 나는 아직도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목소리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소근대는 것을 들으며, 끌어올린 이불 틈 사이로 보이던눈 내리는 풍경을, 손 끝에 닿아 있던 그 고요한 빛을, 그 겨울날의 아침을, 머리맡에서 들려오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눈이 오네. 우리가 아직 여기에 있고.' 라고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 어떤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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