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써둔 일기가 있길래, 그 뒤를 적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동안 말로 표현할 길이 없어, 삼키고 삼키다 말 아닌 순간만 남았다. 지난해의 끄트머리는 그랬다. 나는 여전히 해 질 무렵의 향수를 좋아하지만, 동틀 무렵의 설레임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고요한 밤을 좋아하지만, 창 밖의 모든 것이 재잘거리는 듯한 아침을 좋아하게 되었다. 커피 보다는 홍차, 세련된 별다방 보다는 촌스러운 동네 다방, 그보다는 그냥 방, 쓰기 보다는 읽기. 매력적인 책은 많고 나는 느리다.
요즘도 문득, 눈을 감으면, 바람 부는 항구에 서있을 때가, 석양으로 물든 호수를 바라볼 때가, 백조 울음소리가 들릴 때가, 그래서 몹시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나의 귀여운 레이캬비크가.) 원하는 곳으로 떠나는 삶 보다는 내가 사는 곳이 원하는 곳이 되기를 바라지만, 북극권에 위치한 땅의 모습을 보다 보면 또 다시 모락모락 피어나는 북극의 꿈.
그러니 내 모습을 그려봐. 다락방 창가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앉아서 풀밭과 목수네 마당을 원근측정기로 들여다볼 때, 사람들은 마당에서 커피를 끓이려고 불을 지피고, 제일 첫 번째 일꾼이 어슬렁대는 광경을 말이야. 검은 연기를 내뿜는 굴뚝들 사이로, 기와를 얹은 지방 위로 흰 비둘기 떼가 날아다니지. 그 너머로 미묘하고 엷고 푸르고 편평한 풀밭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찌푸린 하늘은 코로와 반 호이언의 그림처럼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해. <'고흐의 편지'중에서,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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