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4

Hi, February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밖에 나왔다가 공기중의 젖은 흙내음에 당황했다. 아직 2월이 된지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았는데, 3월인가? 혼란스러웠다. 나는 더워서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풀었고, 두터운 외투가 갑갑하게 느껴졌다. 결국 늦봄에도 잘 마시지 않는 아이스 커피를 찾았고, 잔을 들 때마다 얼음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낯설었고, 이와중에 창밖에는 맨다리를 드러내고 분홍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지나가고 있다. 이상한 계절이 아닐 수가 없다. 이곳의 날씨를 듣고 쏭은 ‘갈 곳 없는 눈과 겨울들이 이곳과 시카고로 모였나보다’라고 했다. 쏭은 지금 눈이 엄청 휘몰아치는 덴마크에 있다.

요즘은 안토니오 타부키의 <꿈의 꿈>을 읽고 있다. 스무명의 예술가들이 꾸었을 법한 꿈에 관한 짧은 단편들로 엮여진, 시집 같은 판형의 책이다. 카라바조와 프랑수아 라블레, 자코모 레오파르디의 꿈이 귀여웠다. 우뢰와 같은 거인의 트름 소리에 잠에서 깨고 보니 폭풍치는 밤이었다던가, 카라바조의 그림 ‘마태오의 소명’이 실은 꿈의 한 장면을 그린거였다던가, 자신이 쓴 시 속의 여인이 꿈에 등장한다던가 하는 발상들이 간질간질 했다. 실비아, 나의 실비아. 레오파르디가 소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널 다시 만나다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12월에 산 AVEC 4호에 실린 사진가들의 인터뷰에서 ‘당신에게 빛이란 어떤 의미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들의 답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한 문장. "우리 모두에게 어딘가에서 본 유난히도 찬란하던 노을 빛에 특별할 것 없던 하루를 인상 깊게 마무리 한 적이 있을 것이다. Rachel Duffy." 하지만 빛에 관하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요한 복음에 있다.

<로렌스 애니웨이>를 한 번 더 보고 싶다. 영화가 끝나고 벅차는 마음에 한 동안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욕조에 걸터 앉아 화장하는 로렌스를 바라보던 프레드가 속삭이듯 말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이 사랑을 보라.

Why not? / I know what I look like. 
It's working. It works. / You sure? / Yeah. / Mer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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