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13

일 기

7월 1일 —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의 짧막한 기록들을 2분짜리 영상으로 엮었다. 정인이에게 피아노 곡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2분 27초 가량 되었는데, 더 넣을 조각이 없어서 결국 후반부를 뺀 2분 5초의 곡에 영상을 우겨 넣었다. 아이슬란드를 떠올리면 꿈이었나 싶지만 남은 사진이며 기록, 그곳의 바람에 대한 기억, 같은 것들이 현실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한다. Kaffitar의 당근케이크와 커피 맛이 그립다. 녹색평론 7, 8월 호를 사러갔는데 7월 둘째주에나 나온다고 한다. 심심하다. (읽어야할 것) 모두를 위한 예술, 미술과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7월 4일 — 영어 학원 끝나고 바로 홍대로 왔다. 영어는 점점 추상적인 주제를 토론하는데에 이르러서 진이 빠진다. 하루를 넘기는 것도 버거운 것 같다. 때마침 목요일이고 이번달 히비에서 런치 메뉴에 함박스테이크가 나온다기에 히비의 창가자리에 앉아 있다. 좋은 음악이 나와서 물어봤더니 종이에 아티스트명과 음반명을 적어주셨다. (Yuichiro Fujimoto, Speaks Melodies) 오늘 날이 흐리고 습해서 그런지 자꾸만 늘어진다. 경륜이는 라스베가스에 가고 있다는데, 종종 보내오는 풍경이 아이슬란드의 도로를 달릴 때 보았던 풍경을 닮았다. 처음에 받은 사진의 하늘은 밝았는데, 그 다음은 붉은색이더니, 푸른색이었다가, 마지막에 받은 사진은 깜깜한 게 웃기다. 여기저기서 해가 지고 있다. 빗소리가 밖에서 들리는 것인지, 음악에 섞여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그리움에는 목적지가 없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겨울의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다. 온 세상이 화해할 것처럼 밝아오는 시퍼런 하늘과, 눈과, 허연 입김과, 정적과, 잘 지내, 그 한 마디만 있으면 나는 평온할 것 같다. 아, 우주의 점, 읽고 싶다.

7월 4일 — 광화문에 유디트 헤르만의 책을 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 폭우. 다 포기하고 걸으니 비에 젖어도 좋았다. 빗소리에 모든 소음이 묻혀서 좋았다. 돌아오는 버스에 모니터가 없어서 좋았다.

7월 2일 — 영상을 본 순아가 말했다. "마침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는 네가 아이슬란드 간 동안 착취당하던 영화가 미장센에서 상영해서 거기 다녀왔어. 왠지 지금 기분이 뭐냐면 중학교 때 구나의 축제인가 (구나의 바다다, 바보) 그거 사물놀이로 시작하잖아. 나 그때 추워서 화장실에 숨어서 라디에이터 옆에 붙어있었거든. 화장실 창문으로 겨울냄새나고, 사물놀이 소리 정신없이 들리고, 추운데 햇볕은 하얗고, 동떨어져있고, 그런 기분이 든다. 그때도 그 순간이 그리워질 것을 알고 있었지. 이 순간도 그리워지겠구나." 순아는 가끔 나를 울 것 같은 기분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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