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핸드폰이 고장났다. 충전이 되지 않아 켜지지를 않는다. 그렇게 갑자기 핸드폰이 멈추었다. 핸드폰이 없으니 알람도 없고, 알람이 없으니 늦잠을 자서 지각을 했다. 늦게 갈거면 가지 말지, 하는 못된 생각이 들어서 서현까지 돌아가는 720-2번 버스를 탔다. 어쩐지 너무 시렸다. 불툭 튀어나온 팔꿈치가 시리는지, 손가락 마디가 시리는지, 속이 비어 시리는지, 유난히도 추운 날이었다. 서비스 센터가 문을 열 때까지는 한 시간도 더 남았고, 어제 필름을 맡겨두었던 사진관은 철문으로 닫혀 있고, 이병률 작가의 신간을 사러 간 교보문고는 어둑했다. 다행이도 전광수 커피가 문을 열어서 아마도 이곳의 첫 손님으로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아무도 없는 카페의 창가자리에 앉아 햇볕이 들었다, 졌다, 반복하는 것을 가만 바라봤다. 창 밖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핸드폰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벽돌이 되어 이 순간 누구의 소식도 전해 들을 수 없고, 연락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아주 먼 곳에 홀로 떨어진 이방인으로 만든다. 모두가 일상을 찾아 움직이고 있을 때, 늘 북적이던 카페가 한산해진 모습을 낯설게 바라보고 있다. 이곳이 과연 어디인가 싶다. 청녹색 지붕을 한 시내버스도 낯설고,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의 사람들도 낯설고, 테이크 아웃을 하는 손님과 점원의 대화소리도 낯설다. 모든 것이 저 멀리에서 일어나는 듯 어지럽다. 문득 내가 벌써 아이슬란드에 와있는가 한다. 여기가 바바루인가. 지금이 10월인가. 순간 혼자라는 것이 온전히 다가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을 바라봐야 했을 때, 두려움이 엄습한다. 잘 버틸 수 있을까 '혼자'서. 이 이상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견딜 수 있을까, 내가.
낯설지만 익숙한 방에서 일어나, 혼자서 앉아 있기에는 너무 넓은 침대를 쇼파로 접어 두고서, 등받이에 기대 앉아 느즈막히 날이 밝아오는 것을 바라볼 것이다. 어제밤 잠든 사이에 도착한 조엘의 '잘 도착했어 파리에' 혹은 누군가의 '몇시니 자고 있니' 같은 문자들을 확인하고는 '나는 지금 일어났어'라며 창밖의 풍경을 찍어 보내고, 페이스북을 조금 보다가 일어나 씻고, 거실에서 마주친 욘과 요니나에게 인사를 하고, 느긋히 밥을 먹고, 방 안에서 머리를 말리며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코트를 여며 입고, 목도리로 머리카락을 감싸고, 집을 나서는 순간 무용지물이 될 휴대폰을 가방 깊숙히 밀어 넣으며 아파트를 빠져나오면, 이제 막 깨어난 호수가 펼쳐져 있겠지. 모두를 보듯 호수앞 카메라를 바라보고,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떠나온 모든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광장을 지나, 한적한 평일의 시내를 지나, 제법 익숙한 몸짓으로 카페에 들어서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으면, 낯선 언어로 책을 읽고 글을 쓸 것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서 가보지 않은 골목들을 헤메일 것이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잠시 쉬고, 눈에 닿는 모든 것들을 바라보다, 해가 질 무렵에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파란색 시트의 쇼파베드에 앉아 그제서야 핸드폰을 꺼내고는, '오늘 이런 걸 봤어'라며 뒤늦은 풍경 몇개를 실어 나를 것이다. 그렇게 순간순간 나를 다독여 줄 사람은 나뿐인 그 곳에서, 언젠가 전해 주고 싶은 모든 이야기들을 전부 기억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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