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이우학교에 있었다. 학생회관에서 본관 옥상으로 통하는 다리 위에 서있었다. 문득 다리가 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곳으로도 갈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우는 고대 석상처럼 어둠 속에 서있었다. 익숙한 산내음이 났다. 바람 속에서 조금은 눅눅하고 비린 초여름의 냄새가 났다. 밤공기는 조금 쌀쌀했다. 스커트가 발목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옥상에 홀로 서 있자니, 수업이 끝나고 모두가 떠나도 학교에 남아 있었던 때가 생각났다. 그 때에 함께 남아 있었던 사람들도 생각났다. 그냥 그랬다. 나는 그저 호두나무가 그리웠고, 이 산의 냄새가 그리웠고, 흙이 그리웠고, 초봄의 나무, 아침 안개, 풀섬길, 빨간 철제 테라스, 허공을 향해 있는 전망대, 초여름의 밤 공기와 그때 그 웃음소리가 그리웠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갈 곳이 없다고 느껴진 후에, 석상 같은 건물만 어둠 속에서 과거로 계속해서 흘러, 내가 보이고 네가 보이고 했다. 오직 땅만이 내게 '그동안 나를 떠나 애섰노라' 인사했다.
정인이가 한강 오케스트라의 첫 곡을 2분께까지 만들었다는 소식. 내게 살짝 들려줬고,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실로폰도 있고, 합창도 있을 거라 했다. 언젠가의 첫 행진 때, 우리를 장식할 꽃을 키우고 싶다. 행진의 시작과 끝은 포옹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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