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13

회 상

   내가 그곳에 한 달간 머무르며 했던 일에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자다가 깨어나 날씨를 가늠해봤다.  푹 꺼진 매트리스, 짙은 푸른색의 매트리스 커버, 짙은 진홍색의 꽃이 그려진 이불, 혼자 쓰기에 유난히 큰 침대는 언제까지고 익숙해지지 않았다. 벽지가 발리지 않은 벽, 라디에이터, 나무틀로 짜여서 약한 창틀, 바람이 불 때마다 창틀의 걸쇠가 흔들려서 머리맡에 끼치는 찬 바람도, 밖에서 들려오는 백소 울음 소리도, 욘이 토스트를 먹으면서 틀어 둔 라디오의 낯선 언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깨어날 때마다 생경했다. 나는 그런 곳에서 한참을 누워있었다. 욘이, 요니나가, 집을 나설때까지 누워있었다. 그 틈에 안부인사를 보냈다. '일어났어', 그게 전부였다. 추워서 담요를 둘러 매고 창가에 서있었다. 파란, 건너편 아파트를 관찰했다. 3층에 사는 아저씨는 이따금 쓰레기 봉투를 발코니에서 떨어트렸다. 

   모두가 출근하고 집이 조용해지면 나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부엌에는 욘이 먹다 남긴 토스트 조각과 버터가 묻은 나이프가 있었고, 그들의 벽장와 방문은 조금씩 열려있었다. 집 안에는 항상 그곳 특유의 냄새가 났다. 지금도 떠올리라면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도시 곳곳에서 그런 냄새가 났다. 모든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높았던 화장실에서 씻고 나면 부엌에서 아침을 먹었다. 냉장고 한 켠은 내가 사온 식자재들로 가득 차있었는데, 귀찮아서 안 해먹다보니 버리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아침에는 주로 바닐라맛 요거트에 뮤즐리를 부어 먹었다. 빵이 남아 있으면 햄과 치즈만 넣은 샌드위치를 해 먹었다. 식기 세척기는 익숙하지 않아 설거지를 했다. 열쇠로 문을 잠그고 나가는 것도, 때문에 열쇠를 챙기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은 카페 파리에서 차를 마시며 요니나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집을 나설 때에는 빨래 거리도 들고 나왔다. 세탁기가 지하에 있었다. 현관의 무거운 나무 문이 열리는 순간을 좋아했다, 빛이 쏟아지며 시청건물 너머로 호수가 보였다. 가끔 말라버린 빵이 있으면 가지고 나와서 호수의 새들에게 주었다. 날이 맑으면 잠시 앉아 있었고, 날씨가 춥고 비가 오면 한동안 서있었다. 그것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그곳에서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인사와도 같았다. 가장 마음에 든 골목을 지나, 가장 마음에 든 카페에 앉아서, 가장 마음에 든 커피를 마시며 그제서야 생각했다. 오늘은 뭘 할까. 때로는 방파제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고, 때로는 옆 동네까지 걸어가다가 포기하고 공원에 앉아 있었다. 서점에서 읽을 수도 없는 책을 집어들고, 주말이면 성당에 가고, 세금 환급을 받은 날이면 특별히 맛있는 걸 사먹고, 고양이가 말을 걸거나, 마음에 든 버스 노선을 잡아타고 멀리 나갔다가 길을 잃거나, 서쪽 지역에 갔다가 돌아오던 밤에 오로라를 만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처럼 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것들을 샀다. 빵은 언제나 돌아가는 길의 빵집에서, 가끔 그 옆의 구멍가게에서 콜라를 샀다. 그렇게 다시 돌아갈 즈음에는 항상 호수 위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에 가기 전부터, 그 풍경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울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돌아가기를 멈추고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하실에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나는 빨래를 찾아서, 방에 코트를 벗어두고, 빨래를 널고, 카레를 끓여서 먹고 있으면 요니나가 왔다. 요니나는 항상 웃으며 물었다. "오늘 저녁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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