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무렵 탄 비행기가 동쪽을 향해 갈 수록 시간을 머금고 머금어 어느새 창 밖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옆에 앉은 남자는 어쿠스틱 기타리프가 간간히 새어 나오는 조용한 곡을 들으며 네시간 내내 묵묵히 폴란드어로 된 잡지를 읽었다. 비행기는 이따끔씩 심하게 흔들렸고 나는 멀미약을 먹지 않은 것을 후회했으며 그와 나는 비행 내내 "그 안 쪽이 내 자리인 것 같은데요", "나가고 싶나요?", "그냥 앉아 있어도 나갈 수 있어요" 정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내 좌석의 조명을 키고, 담요를 덮고서는 웅크리고 앉아 긴긴 편지를 썼다. 고요한, 하늘은 붉게 물들고 기내는 책을 읽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 둘 켜기 시작한 조명에 의해 노랗게 물들어가는, 이 고요한 시간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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