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설렘이나 떨림도 없이 덤덤하게 비행기에 올라서 제주도 가듯이 그렇게 왔다. 제주도로 가는 조금 긴 여정, 아홉시간의 비행에 두시간의 기다림, 그리고 또 다시 세 시간의 비행. 그 날 헬싱키에는 약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반타 공항의 28번 게이트에 앉아 모니터에 적힌 목적지의 이름을 되내었다. 그 도시의 이름이 너무나도 익숙하여 '마치 돌아가는 것 같군.' 하고 생각했다. 뒷편에서는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백발의 할아버지에게 "아이슬란드는 많이 추운가요."하고 물었고, 할아버지는 옆에 있던 아들의 어깨를 툭 치며 "너 아이슬란드 가봤지, 어떠니."하고 되물었다. 아들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작은 비행기에 오르니 Múm과 Amiina의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실로폰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니, 익숙한 아이슬란드 에어의 로고가 보인다. 그 로고가 마치 "여기서부터야."하고 말하는 듯 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착륙과 함께 기체가 크게 요동치고, 창밖 너머로 보이는 황량한 땅이 처음 본 이 땅의 모습이었다. 버스를 타고 레이캬빅으로 가는 길 내내 조엘은 "정말 이상하게 생겼어. 구름으로 만들어진 나라 같아."하고 중얼거렸고, 나는 그저 바라만. 레이캬비크에 도착 하니 도시의 낮은 건물들 위로 비죽 쏟아 오른 Hallgrimskirkja의 지붕이 보였다.
버스터미널에서 집까지 요니나의 조언대로 택시를 잡아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는 주택가로 들어섰고, 창 밖으로 그토록 그리워 했던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똑같은 모습을 하고서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조금은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드디어, 그런 단어가 떠올랐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눈꼬리가 뜨거웠지만 눈물이 보였다가는 택시기사 아저씨가 ‘흠, 참 감상적인 여행자군.’ 하고 웃을 것 같아 참았다. 요니나와의 인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호수를 보니 실감이 나. 사실 좀 울 뻔 했어."하고 중얼거리니 조엘은 "그런 것 같았어."하고 대답했다.
Tjörnin, Reykjaví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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