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12

추운 여름

유로스타를 예약하기 위해 조엘을 만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서 관뒀다. 장신구 가게를 구경하다가「팔찌의 계절이네.」라는 조엘의 말에 실팔찌 두 개를 샀다.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써서 공원에 앉아 있었다.「우울한 노래를 썼어.」라는 조엘의 말에「내가 '우울한 그림을 그렸어'라고 하는 것과 같네, 새삼스럽게.」라고 대답했다. 우울한 일이 있었니, 하고 물었으면 더 좋았을까. 사실 나는 우울한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르는 속도로, 애타게 바라본 것들이 우울할리가 없다. 「얘 그림에는 특별한 상상력도 강한 메시지도 없지만, 평온함 같은 것이 있어요.」그런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내가 아직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들려 달라고 했다. 우울한 노래를. 공원 옆 탄천에는 서강대교를 닮은 빨간색 다리가 있다. 저 밑에 밤섬도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노래가 끝났다. 바람을 타고 여름이 오고 있었다. 나는 여름이 싫다. 다른 계절과 다르게 여름에는 후유증이 있기 때문이다.「아이슬란드 집에 창문을 열어두고서, 다리를 밖으로 하고 그 위에 올라 앉아 해가 뜨는 것을 지켜보고 싶어. 춥겠지.」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며 내가 두고 온 모든 것을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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