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17

겨울

             안부를 묻습니다. 저는 두 계절과 열 다섯 절기를 보내고, 세 번째 계절이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맞으러 나갈 용기는 없어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그 숱한 낮과 밤을 적응하려 노력했으나,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는 무엇에 적응하려 한 것인지 그조차도 잘 모르겠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보호색을 입으려 한 것인지. 새로운 껍데기에 나를 우겨 넣으려 한 것인지. 너와 다르지 않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더, 더욱 더 무장하려 한 것인지. 얕보이지 않기 위해 발걸음마저 단속하려 한 것인지. —라는 수취인 불명의 글이 노트 구석에 자필로 쓰여 있었다. 어떤 겨울은 봄이 와도 물러섬 없이 상흔으로 남아, 마음에 바람 부는 밤이면 어김 없이 죽자고, 제발 죽자고 덤빈다. 그러면 나는 아침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두가 깨어나 생명력으로 가득한 그틈에 숨어 있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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